최근 한국 철도공사에서는 '새로운 고퓸격 철도 여행' 을 표방한 일종의 '철도 크루즈' 전용 열차인 '해랑'을 발표하고 해랑 열차를 이용한 관광 상품을 론칭하였다. (관련기사 : "퇴역한 무궁화호 열차 명품 관광기차로 탈바꿈", 출처: SBS 뉴스, 2008년 9월 26일)
철도는 한동안 사양산업으로 분류되었으나 고속전철 기술의 획기적인 발전, 그리고 고유가로 인한 에너지 절감의 필요성의 대두, 친환경적인 교통수단이라는 점 등이 부각되며 최근 다시 주목받는 산업이 되었다. 철도의 편리함이야 나부터도 철도 예찬론자이니 더 말할 나위는 없고, 또한 코레일이 야심차게 고부가가치 관광 기차를 개발하여 관광상품을 론칭하는 것 역시 뭐라 그럴 마음이 없다. 어쩌면 칭찬받아야 할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해랑' 의 모습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과연 철도공사는 철도를 이동수단이 아닌 돈벌이의 수단으로 우선시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다. 즉, 한국의 철도를 독점 관리하고 또한 운영하는 코레일이 철도를 국민의 발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이윤 창출의 수단으로밖에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다.
확실하게 해 두고 싶은 점은, 철도공사가 철도를 이윤 추구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 자체를 비판하고 싶지는 않다는 점이다. 그건 당연한거니까. 그러나 내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우선순위, 또한 철학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마치 80년대 석탄산업합리화 정책에 의해 우리 나라의 산업화를 이끌었던 탄광들이 속속들이 문을 닫고 폐광촌이라는 다소 을씨년스러운 이미지를 던져주는 동네가 생겼던 것 처럼, 우리의 철도 역시 화려한 겉모습과는 달리 그렇게 되고 있지는 않나 하는 점이다.
며칠 전에 읽었던 일본 철도에 관한 기사 요지는, (기사를 찾을 수가 없네요) 일본의 국가 교통망은 철도가 기반이 된, 철도 중심의 교통망이며 또한 일본 전역을 그물처럼 연결하는 완행 열차의 네트워크로 여전히 서민의 발로서의 기능을 다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한국의 철도와 대비되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의 철도는 KTX의 개통 이후, KTX 중심의 운영이 시작되며, 그간 서민의 발 역할을 해 주던 통일호와 비둘기호를 폐지하고, 기존의 새마을호와 무궁화호의 운행도 현저하게 축소하였다. 그 결과 많은 수의 시골 간이역들이 흉물로 전락하게 되었고 간이역 중심의 상권이나 예전의 활기찬 시골역의 모습도 많이 사라지게 되었다.
물론 KTX 전용선과 기존 철도가 겹치는 부분이 있고, 철도 노선의 병목화를 막고 원활한 철도 운행을 위한 방안이 될 수는 있겠지만, 왜 그것을 무조건 없애는 쪽으로만 결정을 한건지는 모를 일이다. 굳이 그걸 없애야만 했을까? 여기서 철도공사의 경영 우선순위가 어디에 있는지 명확하다. 철도공사는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철도가 서민의 발이고, 서민들의 이동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명분이나 철학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그저 '수익성이 없어서' 폐지하고 그걸로 모든 논의는 끝인 것이다.
지선 철도망이 그다지 발전하지 않은 우리의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KTX가 다니지 않는 기존의 경부, 호남선에서 새마을, 무궁화호를 대폭 축소한 것은 서민들에게 고통을 강요하는 것이다. 돈 없으면 KTX 타지 말라는 말로도 들린다. 게다가 KTX가 정차하는 대도시의 역까지 일부러 가야하는 귀찮음도 감수해야 한다.
KTX 전용선과 겹치지 않는 기존 철로를 중심으로 중,단거리 노선을 많이 운영하는 것이 그렇게 불가능한가? 수익성을 그렇게 따지는 철도공사가 수십억의 예산을 들여 거의 활용도가 낮은 광명역은 새로 지으면서, 왜 서민의 발이 되는 구간은 대폭 축소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철도 선진국이라고 칭송하는 유럽 철도의 힘은 내 생각엔, 대도시를 중심으로 근교 도시를 촘촘히 잇는 지선철도망의 발달과 수 분 간격으로 발착하는 단거리 통근열차망의 발달이라고 생각한다. 철도로 못 갈곳이 없는 대한민국은 요원한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