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일본 여행에서는, 지난번에 가 보지 못하였던 그 곳, 매년 8월이면 일본 총리가 여길 가네, 마네를 둘러싸고 한,중,일 3국 간의 마찰을 일으키게 하는 그 곳, 야스쿠니(靖國)신사에 방문하였다.
야스쿠니 신사의 정문
가는 방법
지하철 도자이센 구단시타(九段下)에서 하차, 역에 표시된 야스쿠니신사 방향 출구로 나가면 된다.
1. 야스쿠니(靖國) 신사
일본의 근대를 열었던 메이지 천황의 지시에 의해 세워진 야스쿠니 신사는, 국가 신토의 주요 신사 중 하나이면서, 전사자들의 혼을 기리는 국립 현충원의 성격도 가지고 있는 신사이다. 1879년 도쿄 쇼콘샤(東京招魂社)에서 야스쿠니 신사로 개칭,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는데, 1868년의 무진전쟁의 전사자에서부터 1945년 종전한 태평양전쟁의 전사자까지 총 246만6532개의 위패를 안치하고 있다고 한다 (출처:http://en.wikipedia.org/wiki/
Yasukuni_shrine#History 참조)
그들 전사자들은 천황을 위해 싸운 영웅들로, 일본인들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정신적 지주를 지켜준 희생자들로 기억되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그들의 입장에서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될 지도 모르겠다. 그들의 정신적 뿌리를 지켜준 것에 대한 감사는 둘째치고, 자신들의 정신적 뿌리를 지켜야 한다는 명분을 위해 수많은 아시아 민족들이 고통을 당한 것은 기억하지 않는 것이 문제일 것이다.
야스쿠니 신사 입구에서 집회를 하고 있는 우익 집단들
구단시타 역에서 나와 조금만 걸어가면 곧 신사로 들어가는 정문이 나오게 된다. 항상 이 곳에서는 우익들의 집회가 열리고, 때로 한국인들에게 험악한 분위기도 연출된다고 하여 약간은 긴장한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 날은 대규모의 집회는 벌어지지 않고 있었고, 이렇게 하토야마 정권이 추진중인 외국인 참정권 부여 정책에 대해 반대 서명을 받는 우익 집단의 서명운동만이 조촐하게 벌어져 있었다. <일본해체저지>라는 표현이 참 극단적이다. 외국인들에게 참정권을 주면 일본이 해체된단다.
메이지 시대의 전쟁부 차관이었다는 오무라 마스지로의 동상이 입구에 우뚝 서 있다. 야스쿠니 신사의 창건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고 소개가 되어 있다. 일본의 군제를 서양식으로 개편하는 데에도 중심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라고 소개되어 있다. 결국 전쟁으로 이루어진 근대 일본의 번영은 이 사람의 공헌이 절대적이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야스쿠니 신사에서의 다양한 풍경들
길게 줄을 늘어서서 참배 순서를 기다리는 일본인들, 이들에게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기념일에만 하는 것이 아닌, 수시로 와서 할 수 있는 의무같은 것이라고 생각될런지도 모르겠다. 전쟁에서 숨진 군인들의 명복을 비는 그들의 뇌리에는 어떠한 생각이 자리잡고 있을 것인가? 일본이 존경받는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이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나라를 지킨 호국 영웅들이지만, 이웃 국가의 입장에서는 많은 고통을 안겨준 장본인들이라는 사실을 좀 명심해야 하지 않을까.
2. 우슈칸(遊就館)
야스쿠니 신사 오른편으로 가면 일본의 전쟁기념관인 <유슈칸>으로 들어갈 수 있다. 일본의 근대는 전쟁으로 시작되었고, 일본의 근대화 역시 수 차례의 전쟁으로 인해 이루어진 것이었다. 따라서 일본의 전쟁기념관은 곧 일본 근대화의 과정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우슈칸 건물을 정면에서 본 모습
전시 총력동원체제의 일면을 엿볼 수 있으며 섬뜩하기까지 했다.
우슈칸 전시물 막바지에 본 도표, 2차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국가들을 표시하고 있으나, 자신들이 침략하고 지배했던 한국과 대만에 대해서는 독립이라는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단지 대한민국이 1948년에 성립했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1948년에 성립했다고 기록하고 있을 뿐이다. 서양 제국주의로부터 독립한 아시아 민족들은 독립이고, 자신들로부터 독립한 민족들은 외세의 개입을 통해 자신들로부터 떨어져 나가 자신들의 정부를 세웠다고 평가절하를 하고 있는 듯 하여 심히 기분이 나빠졌다. 중일전쟁으로부터 시작된 <대동아공영권>을 위한 일본의 망상이 여전히 살아있는 것은 아닌지, 일본 사람들의 인식 깊은 곳에 여전히 당시의 <꿈>에 대한 향수가 어려 있는 것은 아닐까.
그들의 논리로 태평양전쟁은 서양 제국주의 세력에 의해 고통받는 아시아 민족을 해방시키는 해방전쟁이었을 뿐이라고 우슈칸 곳곳에 씌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일본에서 독립한 한국은 독립이 아닌 것이다. 이러한 말도 안 되는 논리가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또 이 곳을 방문하는 어린 아이들은 이를 당연한 듯 배우게 될 것이다.
야스쿠니 신사를 나서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