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신적 가치보다 물질적 가치를 중시했을때의 결과
지난 2006년, 아무런 대책없이 숭례문을 개방한 서울시 당국, 개방의 목적으로 단절된 역사의 복원, 소통의 의미 되새긴다 등등.. 뭐 많았지만 정작 노린 것은 그 잘난 '관광수입'이었다. 사설 감시업체에 헐값에 국보 1호의 보안을 맡기고, 보험금도 일반 건물로 가입, 국보1호라는 문화적 상징성을 깡그리 무시하고 보험료 아끼고, 행정적 편의를 도모했다. 결국 이는 우리의 문화적 가치,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중시하기 보다는 오로지 돈벌이라는 물질적 가치를 중시했기 때문에 가능한 몰상식한 전시행정이었던 것이다. 그 결과는..70대 노인 한 사람의 무단 침입을 막지 못한 문화재, 서울시 당국으로 나타났고, 우리 국민은 그 엄청난 상실감에 한숨만 내쉬게 되었다.
2. 국민성금모금으로 어물쩍 책임회피하려는 책임 당사자
이명박 당선인은 마치 엄청난 아이디어라도 되는 양 국민성금모금을 제안하며, 그것이 국민의 마음에 위로가 될 수 있다고 말하였다. 틀렸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그 발언으로 인해 숭례문으로 인해 가슴아파하던 국민은 또 한번 상처를 입었다. 어떤 블로거는 80년대 평화의 댐 모금 및 독립기념관 건설 모금 운동이 생각난다고 했다. 모금은 자발적이어야 하지 중앙정부, 대통령의 제안이나 지시에 의해 일어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그건 심하게 말하면 강탈, 징발에 불과하다.
3. 후다닥 복원만 하면 끝?
화재 발생 다음날부터 바로 가림막이 설치되고 복원공사에 들어가고 있는 모습을 보며, 또 한번 부끄러운 과거는 최대한 감추면 그만이라는 우리의 사고방식이 떠올랐다. 600년 넘게 우리 서울을 지켜온 숭례문이, 이유야 어떻든 숨을 거두었는데 숭례문과 작별인사를 할 일말의 여유도 허락하지 않는가? 부끄럽지만 좀 처참한 현장 보존을 하고 시민들이 그 앞에서 눈물도 흘리고, 꽃도 가져다 놓고, 추모행사라도 좀 하고.. 그렇게 마음의 준비를 하고 숭례문을 보내주면 안되나? 사람이 죽으면 3일장을 하면서 고인의 생전 모습도 추억하고, 친지들이 모여 서로 위로도 하는데.. 그렇게 후다닥 치워버리고, 다시 지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은 좀 없어졌음 좋겠다. 지금이라도 좀 숭례문에 작별인사를 할 시간을 달라.
4. 새정부는 정신좀 차리시지
숭례문이라는 우리의 문화적 아이콘, 정신적 자존심의 상징이 무너졌을때의 상실감.. 결코 경제적 가치로 환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가슴속에 든 멍과 상처는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 그러면 수천년을 유유히 흘러온 우리 강토의 아름다운 강들을 다 파헤치고, 산들을 다 밀어버리고 무식하게 대운하 파버렸을때의 상실감, 허전함은 오죽할까?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는데..흉물스럽게 파헤쳐진 강을 볼 때의 마음의 상처는 또 누가 책임져줄 것인가? 숭례문은 다시 지을수라도 있지만 산과 강은 결코 되돌릴 수 없다.
5. 우리 사회의 천박한 자본주의가 사람들의 인성을 병들게 한다.
방화범은 방화 동기가 토지 보상에 불만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그러한 사회적 불만이 국보1호에 방화를 하겠다는 끔찍한 결심으로 나타났다. 토지와 집이 개인 재산이 되고.. 오로지 그것을 통해 재테크니, 재산 증식이니 운운하는 우리 사회의 만연한 풍조.. 지금도 아파트 재개발 문제로 동네 여기저기에서 데모를 하고, 섬뜩한 구호가 적힌 현수막이 걸리는 이 사회.. 그러는 와중에 경제능력 없는 서민들의 내 집마련의 꿈은 점점 사라져 가고.. 없는자의 설움은 더해만 간다. 이렇게 인성이 파괴되고, 살기 어려워지는 2008년의 대한민국을 바라보며.. 그것을 더욱 부추기는 정책만 내놓고 있는 새 정부를 향해 숭례문은 스스로를 불태우며 우리에게 경고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