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험 막판 일주일간의 생활 아.. 진짜 미친다.. 책만 펴면 막대한 범위에 주눅들고.. 내가 지금 이걸 본다고 해서 시험에 도움이 될까.. 단기간에 뭘 봐도 아무 소용 없을것 같다는 무책임한 생각이 정말 날 괴롭혔다. 특히 영어나 제2외국어 같은 과목들은 막판 되면 논문과목 정리의 압박 때문에 볼 시간도 없고.. 단기간에 해 봤자 아무 소용도 없다는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더더욱 자신감 상실하고 자포자기하게 되었다. 정말 외국어는 평소에 열심히!! 진짜 뼈빠지게 열심히!! 해야 한다는 걸 느꼈다. 논문과목이야 막판에 열심히 해서 잘 볼수도 있을 확률이 0.000000000000000001%는 있으니까.. 그래서 그냥 막판에 맘 편하게 쉬고 컨디션 조절한다고 생각하고 그냥 편하게 있었다. ㅋㅋ 근데 내년엔 그러면 안되겠지.. 게다가 초시라서 오히려 맘이 편했던 것 같다. 되면 대박 안되도 본전. 뭐 이런 심정? 1. 첫째날 1교시 - 영어 대부분의 외시생이 어려움을 느끼는 과목이 외국어, 특히 필수과목인 영어이다. 나는 특히 외국 거주 경험도 없고, 학교 다니던 시절에 영어와 깊은 사랑에 빠져본 적도 없기에 항상 영어에 대한 부담이 너무나 컸다. 영어도 이렇게 못하면서 무슨 외교관이 되겠다고.. 하는 어리석은 자책감과 비교의식 내지는 자격지심 때문에 공부하는 기간 내내 힘들어 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신림동 들어오던 작년 3월에는.. 문장 자체를 제대로 못 쓸 정도였다.. 유치한 수준이나마 문장이라도 쓸 수 있게 된 게 다행이라고 자신을 추스리며 시험에 임했다. 영어 문제를 대충 스캐닝 한 후 드는 생각은... '올해 장난 아니다' 였다.. 물론 최근 경향이 지문이 길어진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막상 직접 문제지를 받아 들었을때 그 기나긴 지문의 압박은 정말 상당했다. 게다가 이번에 한영 번역과 영한번역 수준도 작년 기출 보다 다소 높아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주관적인 생각일진 모르나, 한영번역의 지문이 번역투가 상당히 없어졌다는 느낌이 들어서 더더욱 어려웠던 것 같다. 그러나 객관적 시각으로 보면 한영번역은 그닥 어렵지는 않았을 것이다.. (근데 "혈전제거제"는 좀 충격이었다..) 하일라이트는 영한번역이었던 듯 하다. 번역공부를 하면서 느끼는 것은 "독해" 와 "번역"은 정말 다르다는 것이다. 외시 보시는 정도의 사람들이면 다들 독해는 된다. 그러나 그것을 한국어로 자연스럽게 쓰는 것은 버거울 수 있다. 게다가 두번째 지문은 독해 자체도 좀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내가 영어실력이 부족해서 그랬으려니) 에세이는 유해한 환경이 어린이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줄이기 위한 정부의 국내적 조치에 대헤 써 보란 것이었데, 나는 생활환경에 취할 수 있는 조치와 교육환경에 취할 수 있는 조치로 나누어 서술을 했다. 그러나 워낙 문장이 엉망이라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2. 2교시 국제정치학 국제정치학은 작년 한해 경제학을 포기하면서 매진했던 과목이라 어느 정도는 자신이 있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는 성공했다고 생각한다.지금은 많이 변했을지는 모르지만, 아직도 대다수 외시생들은 국제법과 경제학의 부담 때문에 상대적으로 국제정치학을 가볍게 보는 경향이 있는 것이 사실인 듯 하다. 그리고 국제정치학과 외교사를 단편적 이론과 지식, 사건의 암기로 일관하시는 분들도 많이 봤다. (베일리스 <세계정치론>의 내용을 객관식으로 만들어 요약한 자료를 푸시는 분들도 봤는데 충격이었다) 그러나 국제정치학은 결코 단편적 지식과 이론의 암기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국제정치학의 패러다임에 녹아있는 역사적인 경험적 지혜와 논리의 틀을 습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것은 절대 암기로 가능한 것이 아니고, 학자들의 주옥같은 글과 논문들을 읽고 리딩의 절대량이 축적되면 자연스레 되는 것이다. 나도 국제정치학 공부할때 절대 암기하지 않았다. 흔히들 하는 논문 요약조차도 안했다. 지식의 파편들을 무수히 정리해 놓고 공부 많이 했다고 뿌듯해 하는 것이 절대 좋은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서였다. 리딩의 절대량을 축적함과 동시에 많은 생각과 비판적 사고로써 국제정치현상을 바라보는 습관도 중요하다. 그러면 그게 글로 나온다. 물론 글쓰기 연습도 많이 해야한다. 또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외교관이 되기 위해 국제정치학을 공부하는데 학자 이름과 용어를 달달 외우는게 중요한가? 아니면 국제정세를 분석하고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능력이 중요한가? 1번 문제는 FTA관련 시사 문제라고도 할 수 있는데, 무역과 안보의 관계를 논해보라는 제법 수준 있는 문제가 나왔다. 적어도 작년 FTA문제보다는. 그러나 이 문제도 상호의존론과 안보 외부효과라는 거창한 용어를 몰라도 패러다임의 논리를 이해하고 있으면 쉽게 접근할 수 있었을 것이다. 현실주의의 논리는 권력으로 상징되는 국가 이익의 추구를 중요시한다. 따라서 무정부적 체제 하에서 자구(self-help)를 추구하는 국가들로서는 무역의 증진으로 인한 상호의존은 오히려 이기적 국가 이익의 충족을 불가능하게 하고, 또한 국가가 처한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무역을 통한 이익 증진의 속도가 차이가 나게 된다. 그렇다면 그것은 곧 안보딜레마의 요인이 되고 국가의 안보 확보는 어려워지게 된다. 하지만 자유주의는 다르다. 똑같이 무역이 상호의존을 심화시키기는 하지만 자유주의는 이것을 오히려 국가간 협력의 요인으로 본다. 역사적으로도 19세기 중반과 대공황기의 각국의 '근린 궁핍화 정책'으로 표현되는 심각한 보호무역주의 때문에 전쟁이 발생했다고 보는 것이 자유주의의 생각이다. 그래서 자유주의는 자유무역을 증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논리만 알고 있으면 1번 문제의 (1),(2)는 풀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문제는 현실주의적 입장을 옹호하여 FTA의 역외 배타성으로 인해 동아시아 역내의 다자주의 실현이 어렵다고 보고, 상대적 약소국인 한국의 국가 이익 증진을 위한 경제적 '동맹' 으로서의 FTA를 역내 중진국들과 적극적으로 체결, 중국, 일본과 같은 경제 대국들과의 국력차를 줄여 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봤다. 2번 문제는 예상대로 동양 외교사 문제에서 나왔다. 이번 문제에서도 느낀 것이었는데, 외교사는 결코 사건과 조약들의 단편적 암기로 풀 수 없다는 것이다. 역사의 유장한 흐름과 개별 사건의 배경과 정치적 의미를 꿰뚫을 수 있어야 한다. 대표적 사건 두개가 뭘까 고민하다가 결국 세계적 세력간 충돌의 결과로 볼 수 있는 중요한 사건인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을 예로써 사용하기로 했다. 러일전쟁이 20세기 초반에 일어난 일이긴 하지만, 러일전쟁이 20세기의 사건으로만 보기에는 어렵지 않은가. 19세기 후반 조선이 처한 국제적 환경은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그것은 러시아와 영국간의 세계적 대립이라는 국제적 체제의 하부 영역으로서 동아시아 체제 내 청일간 대립이 있었고, 러일간의 전쟁이 있었으며, 해양세력의 대륙 진출과 대륙세력의 해양진출의 교두보인 한반도는 그러한 세계적, 지역적 체제의 갈등의 희생양이 되었다는 것이다. 영러간 대립은 영국의 전통적 세력균형 외교로 설명을 했고, 청일전쟁은 지역 체제 내에서의 세력전이로써 설명했다. 이것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조선이 당시 택했던 강대국 편승 외교(조선책략 및 친러 외교정책)의 한계를 지적한 후, 새로운 해양세력대 대륙세력의 대립구도가 형성되고 있는 21세기 동북아 지역체제 내에서 한국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국력의 증진과 더불어 양 세력간 중간자적 위치에서 이해관계를 조정해 나갈 수 있는 외교력의 증진이 필요하다고 주장을 제시한 후 마무리를 지었다. 3번문제는 안보론 문제가 나왔는데 국제정치학이 외교사와 군축, 안보 포함이라는 것을 생각해 볼 때, 작년에 군축이 나왔으므로 올해 안보가 나왔다고 생각이 된다. 매우 기초적인 내용이라 공부하신 분들은 다들 잘 쓰셨을 것이다. 3번 문제야말로 암기로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다. 하지만 왜 전통안보에서 포괄적 안보의 개념으로 변화해 갔는지, 그 역사적 배경을 설명해 줬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목차의 나열식 (1. 전통적 안보의 개념 2. 포괄적 안보의 개념) 이렇게 쓰면 논리가 없지 않은가.. 전통적 안보의 개념은 물론 self-help를 추구하기 위한 물리력의 증진을 중시하는 것이고, 포괄적 안보는 물리력의 증진을 통한 안보가 '진정하고' '본원적인' 안보의 달성을 이룰 수 없다는 역사적 경험, 즉 냉전시대의 '공포의 핵균형'이 안보 확보를 위한 단기적인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경험을 통해 등장했다. 포괄적 안보의 내용은 1. 예방외교, 2. 위기관리 3. 상호안심수준의 증대(군사 협력 및 레짐, 군축)로 요약될 수 있고, 이러한 인식에 의해 유럽안보협력회의가 안보의 3대 바스켓(군사, 인권, 경제)을 채택할 수 있었다. 이런 내용을 써 주었다. 또한 인간안보의 개념이 전통적 안보 개념의 패러다임 전환을 가져온 개념이라는 것을 설명하였고, 국제정치 이론은, 이건 좀 자신없긴 한데, 현실주의의 세력균형 전략이 그 적실성을 상실하고 다자안보협력과 같은 안보론이 인정받게 되었다. 결국은 자유주의적 처방이 적실성을 얻게 되었다. 그리고 정체성과 인식요인이 중시되어, 예컨대 인권에 대한 다른 인식이 안보의 위협요소가 될 수도 있다는 인식을 낳게 하였다. 따라서 구성주의 이론에 의한 안보론도 각광받게 되었다. 뭐 이런 내용을 썼는데, 이건 좀 엉성한듯 하다.3. 정리. 정말 영어는 앞으로 더욱 열심히 해야겠단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고, 무엇보다도 수준높은 아티클을 많이 읽어서 읽는 양의 축적량을 늘려야겠단 다짐을 했다. 또 그동안 영어 표현 암기를 게을리 했는데, 많이 반성했다.그리고 국제정치학은 아쉬움이 더 많이 남은 과목이었다. 논리의 프레임워크를 형성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고 암기는 부차적인 것이긴 하지만, 난 암기가 좀 부족했다는거, '대충 그런 논의가 있다' 라고 두리뭉실하게 쓰면 좋은 점수를 받기 힘드니까 엄밀하게 학습하는 것이 앞으로 더욱 필요하겠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