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교시 국제법
시험장 가는 길에서 정말 많이 들었던 생각은 왜 국제법을 아침에 보는건지, 그래서 더욱 마무리 공부할 시간에 쫓기게 되는 것인지.. 하는 안타까운 생각들이었다. 물론 앞의 글에서도 밝힌 것 처럼 막판 자포자기 증후군 때문에 전날 제대로 공부를 못한 이유이기도 하겠지만 정말 아침에 국제법을 봐야 한다는 사실이 참 힘들었다.
국제법 문제를 받은 순간 든 생각은.. 모 강사님 수업을 들으셨던 분들도 다들 느끼셨을 건데 어디서 많이 본 문제들이라는 생각이었다. 황당할 정도였으니. 물론 그 강사님의 수업을 듣지 않으신 분들도 쉽게 접근 할 수 있는 문제들이었다고 생각한다. 정말 뻔한 논점들을 물어보는 문제였기 때문에.
1번 문제는 국제경제법 문제로서, SPS조치가 WTO협정에 합치하기 위한 요건을 설명한 후, 사전주의 원칙에 의해 조치가 정당화될 수 있는지 여부, 그리고 라벨링조치가 협정에 합치할 수 있는지를 설명하라는 것이었다. 정말 뻔한 논점들이었다.
(1)에서는 A국의 조치가 SPS협정 부속서 1에 의해 SPS조치에 해당함을 언급하고, SPS조치가 국가의 권리라는 것과, 국제 표준과의 조화 의무, 그리고 국제표준보다 높은 수준의 조치를 취하기 위해 위험평가와 보호의적정수준 확립(위험 관리)을 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과학적 정당성을 획득해야 함을 말해 주었다. 또한 과학적 정당성이 결여되었다 할 지라도, 협정 5조 7항에 의해 잠정조치의 조건을 구비했다면 잠정조치가 정당화 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었다.
(2)에서는 국제경제법상, 그리고 환경법상 사전주의 원칙의 의의를 써 준 후, EC 호르몬 사건을 제시하여 사전주의 원칙이 SPS조치를 정당화할 수 없다는 논리를 보였다. 다만 생명공학안전의정서에 의해 과학적 정당성의 결여가 있다고 할 지라도, 사전주의원칙에 의한 조치가 정당화 될 수는 있으나, 사전주의 원칙보다는 잠정조치의 원용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서술하였다. 여기서 EC-Biotech를 써 줬어야 논리가 엄밀했을텐데 미처 생각을 못했다. 좀 아쉽다.
(3)에서는 라벨링이 무역에 대한 제한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써 줬는데. 솔직히 라벨링을 제대로 공부하지 못했다. 공부하신 분들은 다들 잘 쓰셨을 것이다. 그렇게 어려운 논점도 아니고. 그래서 더 후회막급이다.
2번은 (1)에서 먼저 X가 야기한 국가책임에 대해 논해 준 후 (X의 행위가 A국의 행위로 귀속되며, 어떤 국제 의무를 위반했는지) 국가책임이 정부변경에 영향받지 않고 국가의 계속성이 유지되기 때문에 신정부가 구정부의 국가책임을 승계해야 됨을 이야기 해 주었다.
(2)에서는 B국이 갑의 권리구제를 위해 외교적보호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이것이 국가의 권리이며, 또한 국가책임초안 제 44조에 의해 청구국적의 원칙과 국내구제수단 완료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다만 청구국적의 원칙은 진정한 관련성에 의해, 그리고 국내구제수단 완료의 원칙은 그 수단의 실효성 등의 조건에 의해 생략될 수 있다는 예외를 써 주었다.
그리고 B국이 ICC에 X정부의 관계자를 제소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X가 저지른 범죄가 ICC관할 대상 범죄임을 말해주고 이런저런 관할권 이야기를 한 후, B국이 ICC당사국이라면 제 13조에 의해 X정부 관계자를 제소함으로써 ICC 재판이 가능할 수도 있단걸 써 주었다. 그런데 이것이 갑의 '권리구제' 로서 좋은 수단이지는 모르겠다. 답안이 어떻게 평가받을진 모르겠다.
3번은 수용의 적법성 요건을 약술하라는 건데. 진짜 두장 채우려니 힘들었다. 오히려 3번을 어려워 하는 분들이 많았을 것이다. 기초 개념을 분량대로 줄줄줄 읊을 수 있는 것. 정말 힘든 것이다. 그래도 어찌어찌 쓰긴 썼지만, Hull 공식에 반대되는 칼보조항의 내용을 못 쓴것이 좀 아쉽다.
답안지를 작성하면서 초안작성시 생각 못했던 빠뜨린 논점이 생각날 때가 있다. 그러나 그것을 그제서야 집어넣으려면 논리가 망가질 수도 있고, 분량도 초과할 수도 있고 생각지도 못하게 시간이 초과될 수도 있다. 초안작성의 중요성이 여기에 있으며, 시간안배의 중요성도 여기에 있다. 생각은 차근차근히, 글씨는 빠르게 쓰는 것이 중요하다. 글 쓰다가 빠뜨린 것이 생각났을 때의 허탈감은 어찌나 큰지. 그걸 알면서 그냥 지나가야 하는 것도 참 어려운 일이었다.
2. 2교시 중국어
두번 놀랬는데, 중국어를 선택하신 분이 제일 많았다는 것과 그리고 완전 폭탄 수준으로 어렵게 나왔기 때문이었다.
이번 외시는 정말 외국어가 당락을 가를 것이라고 생각된다. 어찌보면 바람직한 것이다. 그리고 국제정치학도 고득점하신 분들이 유리할것이다. 외교관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들을 강조하는 외시의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거 같다.
중국어는 그동안 50점을 얕잡아보고 열심히 하지 못한 것을 수백만번 질책할 수 밖에 없었다. 많이 읽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고통스럽더라도 앞으로 인민왕같은 중국신문기사 꾸준히 많이 읽으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