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발이의 끄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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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생활 1년을 정리하며 (2006.7)

FC설레발 2008. 2. 27. 23:47

1. 수험생활의 시작

1년정도를 공부했습니다.

작년 이맘때쯤 3학년 1학기를 끝내고 학교 도서관에서 PSAT 동영상 강의를 듣기 시작했으니까요. 일단은 그때부터 지금까지의 계속된 수험 일정을 간단히 밝혀보겠습니다. 공부에는 개인차가 있고, 이미 획득한 지식의 base가 다 다르기에, 저의 이 방법을 그대로 따르라고 말씀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중요한것은 '시작하는 것' 이니까요 ^^

그당시는 지금보다 더 정보가 없었지만, 이전에 시험공부를 시작했고, 안타깝게 고시의 길에서 빠져나온 친구의 도움을 얻어서 시작을 했습니다. 도움이래봤자 교재랑, 괜찮은 학원가 수업 등등이었죠. 친구의 조언을 듣고 이승일 자료해석, 방재훈 언어논리로 시작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 개설된 이승일 상황판단 강의도 듣고.. 나중에 겨울엔 백승준 상황판단도 들었었죠. 그렇게 방학을 보냈습니다. PSAT는 학원강의에 절대적으로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과목입니다. 제가 미리 앞질러 말씀드리지만, 이번 1차에서 실패한 이유도 너무도 많은 학원강의에 얽매였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원강의에 의존하게 되면 스스로의 사고력이 조금은 흐트러지고 선생님들이 가르쳐주시는 여러 tip들만이 사고를 지배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문제를 풀때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겠죠. 입문자들께 드리고싶은 말씀은. PSAT 그렇게 난공불락의 과목만은 아니라는 겁니다. 마음 편하게 가지고 기본강의 정도는 들어주시고, 도대체 PSAT가 뭐하는건지는 알아야 되니까.. 너무 강박관념에 쌓여서 공부하지는 마시라는 겁니다. "감각" PSAT 문제해결의 기본기입니다. 암기도 아니고, 테크닉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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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2007.11)
 
혹시 이 글을 보고 계신 입문자님들.. 올해 하반기부터 수험생활을 시작하셨다면, PSAT그냥 pass 하시길 권합니다. 아니면 학원은 다니지 마시고, 기출 문제를 모아놓은 문제집 하나 사셔서 그것만 쉬엄 쉬엄 풀어보고 시험 경험삼아 보세요. 그래도 붙을 수 있는 시험이 PSAT입니다. 지금 막 입문하셔서 PSAT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아까운 짓이에요. 그런 점에서 저의 2005년 하반기가 좀 후회스럽습니다. 영어에 푹 빠져 지냈어야 하는 시간이었는데... 지금도 영어는 참 힘듭니다.. 외무고시 입문기에는 무엇보다도 영어입니다. 영어! 영어! 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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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기에는 물론 1학기에도 그랬지만 2차시험 관련 과목들을 수강했습니다.

1학기 - 미시경제학, 북한외교정책론, 러시아외교정책론, 국제법(1)
2학기 - 거시경제학, 한국외교정책론, 동아시아국제관계사, 국제법(2), 시사영어

전공이 정치외교학이라, 전공수업은 거의 모두가 외시 2차과목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학교에서의 시간이 정말 알찼다고 생각이 됩니다. 특히 국제법과 경제학은 학원가에서 처음 시작하기엔 초심자들께는 대단히 죄송합니다만, 매우 어려운 과목들입니다. 학원가에서의 기초강의가 진정한 의미의 '기초' 강의가 아닌 탓도 있고, 또 요새 신림동 학원가의 독점적 구조로 인해 소위 '수요'층이 엷은 외무고시 강의들은 순환강의 일정이 점점 짧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GS하나라도 더 돌리면 그만큼 학원에 떨어지는 수입은 많아지고, 또 부족한 강의 내용을 보충하기 위해 '단과강의'라는 이름으로 또 순환 중간중간에 강의가 개설이 됩니다. 따라서 강의의 질은 떨어지고, 강사님들도 바쁘게 정신없이 수업을 진행하시는 경향이 예전보다는 많아졌다고 생각을 합니다. 정말 학교에서만 공부해서 시험보고 외교관 되는 그런 세상이 하루빨리 왔으면 좋겠군요..

2. 1차시험의 본격 준비, 그리고 살짝 맛본 쓰디쓴 잔

2학기를 그렇게 보내고, 전 하나의 선택의 기로에 섰습니다.

우선, 어차피 2006년 1차를 합격하고 2차시험에 가도 합격할 가망은 없기에 차라리 겨울부터 2차과목 기본강의를 들을까, 아니면 2차시험장에 한번 가 보는 것을 의의에 두고 공부를 할까.. 하는 고민이었는데, 제 선택은 후자였습니다. 따라서 헌법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따로 법학서를 보지는 않았고 김현석 BASIC에 테이프 강의로 공부를 했죠. 그러나 이미 헌법은 폐지된 과목이기에 자세하게 쓰지는 않겠습니다.

그리고 겨울방학에는 헌법기본서 회독수를 늘리고 PSAT는 최대한 많은 문제를 다루어 보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Public&PSAT 라는 월간 수험잡지가 있는데, PSAT 영역별로 20문제씩 수록되어 나옵니다. 그걸 꾸준히 했고, 다른 모의고사 문제집도 많이 다루어 보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PSAT는 정말로 철저한 문제해결 감각이 요구되는 과목입니다. 문제를 철저한 논리적 이해와 생각의 단계를 거쳐서 풀다보면 시간이 부족하죠. 따라서 그러한 생각의 단계를 최대한 익숙한 구조로 만들어서 바로바로 감각적으로 답이 나올 수 있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이건 강사님들도 하시는 말씀입니다.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문제 읽어보면 답이 뭔지는 알겠다" 이런 식으로 풀 수 있도록 노력을 하셔야 될겁니다.

시험 직전에는 아무래도 헌법에대한 비중을 늘렸지만 조금 후회되는 것은 집중력이 2월쯤 되니깐 많이 떨어졌다는 것이었습니다. 신림동과 신촌을 왔다갔다하며 공부했던 탓도 있고, PSAT문제를 풀 때의 그 매너리즘이란... 그리고 헌법도 철저히 암기가 필요한 과목인데, 그것이 좀 부족했었나봅니다, 지난 1차시험에서는 0.7점차이로 아쉽게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3. 본격적인 고시생 생활의 시작

시험을 보고 며칠 집에 내려가서 쉰 다음, 3월부터 휴학을 하고 아예 신림동으로 거처를 옮기고 학원강의를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역시 고시 수험생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건 시간을 아끼는 건데, 그러한 의미에서 통학하며 공부하는것 전 권유하고 싶지 않네요. 통학하면서 진도 빠지고. 특히 지금과 같은 여름. 많이 힘드실겁니다. 특히 이 신림동은 교통이 너무 불편해서 지하철 내려서 여기까지 버스타고 올라오는 일은 만만치 않습니다. 특히 주말에 관악산 등산 인파가 몰리면, 그 교통체증은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이제 가을되면 또 심해지겠지요. 그래서 몇번 고생을 하고나서 얼른 거처를 옮겨버렸습니다.

3월에는 경제학, 4월에는 국제법, 5월엔 국제정치학, 이런 순서로 기본강의 순환이 돌아갔습니다. 경제학은 김진욱 선생님, 국제법은 윤경철 선생님, 국제정치학은 정원준 선생님강의를 들어갔죠. 그리고 국제경제학은 일단 보류를 했습니다. 경제학 순환강의가 너무 정신없이 지나갔던 탓도 있고, 왠지 공부하면 할수록 국제정치학, 국제법, 특히 영어에 대한 압박은 점점 심해지는데, 경제학은 오히려 간단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왜냐하면 경제학은 단순이 정리된 모델들과 가정을 외워서 문제를 많이 적용해서 다루어 보면 금방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국제법은 분량도 많고, 특히 국제정치학은 오히려 가장 어려운 과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인식의 수준도 높은 학문이고, 무엇보다 "정해진 게" 없는 과목이기 때문입니다. 무조건 봐야하는 기본서도 없고, 게다가 국제정치학 답안지는 탄탄한 이론의 이해가 기초가 된 논술 실력이 관건입니다. 글 쓰는것, 그거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6월에는 정원준 선생님의 국제정치학 특강(IPE,동북아 국제관계, 외교정책론)을 들으면서 내공쌓기 노력을 좀 했었습니다. 물론 대 만족이었구요.

국제정치학을 공부하면서 느끼는 것은, 물론 학교에서 강의를 들을때도 마찬가지 생각이었지만 국제정치학은 '통찰력'을 길러주는 학문이라는 겁니다. 우리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신문이나 언론보도에 숨겨진 행간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볼 수 있게 해 주는 학문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학교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학문에의 열정이랄까. 그런것을 많이 느끼게 되었구요. 아이러니컬 하죠. 학교가 아닌 학원가에서 오히려 학문에의 열정을 느끼게 되다니. 저도 참 웃긴 인간인가 봅니다. 어찌보면 한국 공교육의 위기인 듯 싶기도 하고. 결론은 국제정치학 정말 어려우면서도 중요하다는 겁니다. 단기적으로 달달 외워서 외운거 쓰는 학문이 아니라는 겁니다. 깊은 통찰력과 이론에대한 이해, 그리고 현재 바깥세상이 돌아가는 행간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 힘을 학교다닐때 많이 길러두십시오. 국제정치학의 고전서적들 많이 읽으시고, 선배나 친구들과 토론도 많이 하시고. 교수님들 찾아가셔서 질문도 많이 하세요.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영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영어가 잘하면 80점 이상을 맞아서 격차를 많이 벌릴 수 있는 수험 전략적 의미도 있고, 그리고 외교관 생활을 하고싶다는 사람들이 영어공부를 단지 시험과목의 하나로 치부해서 공부하기엔 제 스스로가 부끄럽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다른 과목 모두 외교관 생활을 하는데 필수적으로 필요한 소양들이긴 하지만 영어는 정말 내 몸의 일부가 되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입문자들, 그리고 이 글을 보고 계실지도 모를 중고등학생 여러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영어공부 열심히 하세요. 그것도 수준높게요. 지금와서 때늦은 후회를 하고 있는 수험 선배의 말입니다. 특히 중고등학생 여러분, 수능 영어공부하는 식으로 외무고시 영어공부를 하는것, 절대절대 생각하지 마세요, 외교관이 꿈이시라면, 그리고 외무고시를 보실 생각이시라면 수능 잘보면 그만이다는 식으로 영어공부하지 마세요. 수준높은 영어문장도 좀 읽어보시고, 노력하시고, 영자신문도 보시고 그러시길 부탁드립니다, 영자신문도 헤럴드 트리뷴 정도의 수준을 보시길 부탁드립니다. 그정도를 사전 없이 쉽게 읽어내려갈 수 있다면 영한번역 문제는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4. 제2 외국어 - 중국어

2학년때는 회화학원을 다녔고, 제대하고 나서는(2004년 겨울) 회화학원에서 문법 수업도 듣고, 중국인 회화도 하면서 말하는 실력을 늘려보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그리고 수험생활을 시작한 이후에는 번역전문학원을 다니면서 독해연습을 주로 했습니다. 서울시내에서 중국어 잘하는 사람은 다 모인것 같은 그 번역전문학원에서의 '충격과 공포' 란.. 정말 이루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돌아가면서 해석을 하는데 제 차례가 왔을때의 공포.

지금은 학원에서 개설된 중국어 강의를 듣고, 따로 스터디를 하거나 공부하는 것은 없습니다. 그것만 따라가는것도 벅차기에 ^^;; 그런데 제 개인적인 생각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작문같은 경우는 오히려 중국어가 접근하기 쉬울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물론 중국어만의 표현(예를 들어 일반적 한국식의 주술문장을 让,被 등의 피동형으로 즐겨 쓴다던지, 한국어에는 쓰이지 않는 결과보어의 용례등등..)을 익히는 것은 어렵습니다만, 기본적인 단어들이 한국어와 비슷한 것도 많고, 문장의 구조나 문법도 까다롭지 않아서 한자에 익숙하신 분들이라면 중국어가 오히려 쉬울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제2외국어는 무엇보다 자신이 하고싶은 언어를 공부하시길 부탁드립니다. 어떤 과목이든지 그 과목에 흥미가 없으면 공부하기 어려운 법입니다. 특히 외국어는 그 언어와 그 나라 문화에 대한 관심과 흥미 없이는 공부하기 더더욱 힘들겁니다. 언어공부의 특성이 실력 향상이 눈에 잘 안띄기에 그만큼 공부하게도 힘들기 때문이죠. 다시 말씀드리지만, 외교관에게 있어서 언어는 생활이고 몸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영어랑 제2외국어는 즐겁게, 그러나 열심히 공부하십시오.

5. 글을 마치며

제가 합격생도 아니고, 현직 외교관도 아닌데 이런 다소는 당돌한 글을 쓴 것.. 무엇보다 입문자의 위치에서 도대체 뭘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 하는 혼란에 조금이나마 이정표를 드리고 싶은 생각이었구요, 그리고 또한 1년정도 수험생활을 해 온 제 자신을 돌아보고 싶은 생각도 컸기 때문입니다. 모쪼록 수험생활에 행운이 깃들기를 저와 여러분들을 향해 기도하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