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외무고시 카페에 쓴 글)
앞으로 3시간쯤 뒤면 반장관님이 유엔에서 총장 수락 연설을 하시는 모습을 볼 수 있겠군요.
정말 역사적인 날입니다. 비록 북한이 불장난을 해서 축제의 기쁨이 반감된 기분이 있지만, 그래서 너무 안타깝지만.. 어쨌든 대한민국의 경사입니다.
특히 저는 북한이 핵실험을 했다고 떠든 9일에 안보리에서 한국인 총장후보를 만장일치로 추대하기로 합의한 것에 대해서 큰 의미를 두어보고 싶습니다. 한낱 고시생 입장에서 이런 말 하는게 우습기도 하지만, 어쨌든 이날 전 세계는 "KOREA"라는 나라에 주목을 했겠죠. 나쁜 면에서나 좋은면에서나..특히 북한의 행동 하나하나에 남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 전체가 크게 영향받는 이런 상황에, 북한의 불장난으로 전세계가 시끄러워졌음에도 불구하고 유엔 안보리가 만장일치로 한국인을 총장후보로 추대하기로 결정한 것은 한국의 국제사회에서의 역량을 그만큼 국제사회가 인정했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반장관님의 유엔사무총장 선출의 의미는, 첫째로 우리의 의사와 관계없이 떠안게 된 우리 민족의 아픔을 이제는 우리가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이겨내 가야 하며, 그러한 과제를 이행해 나갈 수 있는 좋은 여건이 조성되었다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한국인의 유엔 사무총장 선출은 한반도의 운명이 강대국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되었던 60년 전의 우리 역사의 아픔을 우리 민족의 반쪽이나마 이제 극복했다는 의미이며, 이제 한민족의 하나됨을 위해 국제사회에서 스스로 우뚝 선 남한이 북에 있는 형제들을 적극적으로 끌어주고 국제사회에서의 신뢰를 회복하게 해 주어서 우리와 같이 스스로 국제사회에서 일어설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는 과제도 떠안게 된 것입니다. 즉, 우리의 미래를 적극적인 외교와 행동으로써 국제사회 내에서 만들어가야 한다는 과제를 안게 된 것입니다. 가장 큰 과제가 우리 의사와 관계없이 갈라졌던 우리 민족의 분단을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죠.
한민족의 아픔인 분단의 역사가 그러했지 않습니까, 단지 일본의 식민지로써, 지정학적 의미가 큰 하나의 반도 지역을 강대국들이 분할점령한것에서부터 우리 민족의 의지와 상관없는 아픔이 시작되었던 것입니다. 물론 우리 내부의 이념적 분열로 인해 전후처리과정에서 우리의 분단이 굳어져버렸지만, 이미 한반도의 분할점령은 전승국 미국의 NSC-68에서 볼 수있는 것과 같이 전후 세계전략중의 하나였던 상황에서 우리만의 잘못을 논하는 것은 좀 아니라고 생각이 되구요..
둘째로 우리 민족의 문제를 우리의 힘으로 국제사회에서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과제 말고도, 이제 우리는 세계의 문제에 대해 우리의 역량을 넓혀나가야 한다는 과제도 떠안게 되었습니다.
유엔의 기구 중 가장 큰 권한을 가진 산하기구가 안전보장이사회이고, 따라서 유엔이 국제사회의 안보와 평화만을 위해 일하는 기구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죠. 유엔 총회 산하의 경제사회이사회, 인권이사회, 국제법위원회, ICJ, 그리고 기타 전문기구들 등등.. 여러 분야에서 유엔은 세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하고 있습니다.
이제 한국은 유엔 외교의 방향을 이전의 한반도 안보위주의 외교, 냉전의 논리에 치우쳤던 이전의 외교에서 벗어나서 세계 각 분야에서 위상에 걸맞는 목소리를 내고 행동을 해야할것입니다. 사실 90년대까지 우리의 대 유엔 외교는 편가르기 외교였습니다. 미국등 서방 국가와의 연합으로 북한을 비난하는 결의안을 채택시키는 데에 주력했죠. 한국 외교정책을 강의하셨던 저희학교 교수님은 이것을 들어 우리가 국제사회에서 표결에서 승리하는 외교는 정말 누구 못지않게 잘 하게 되었다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하셨더랬습니다.. 이번의 승리도 그런 역량에 기인했다고 할 수 있는 건가요..^^;;
이제 한국인 사무총장이 있는 유엔에서 한국은 더이상 우리의 문제에만 치중하는 유엔 외교에서 벗어나야 할 것입니다. 여러 전문기구에도 한국인들이 많이 진출해야 할거고, 분담금도 늘리고, 우리와 관계없는 세계의 현안에도 우리의 목소리를 더 높여야 할 겁니다. 그렇다면 우리와 같은 한국의 젊은이들도 공부해야 될 것이 참 많아졌다고 할 수 있겠죠. 안보, 군사, 동맹 등에 치중했던 분야들을 인권, 문화, 개발원조(ODA), 환경 등의 다양한 분야로 시각을 돌리는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 특히 인권과 공적개발원조, 환경등의 분야는 앞으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질 분야이니까 그만큼 기회도 많을 것입니다. 그런 다양한 분야의 한국인 전문가들이 많아진다면 그만큼 유엔 내에서 한국인들이 다양한 분야에 진출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되겠죠.
밑에도 반장관님이 사무총장이 되시면 우리에게 어떤 이익이 있을지에 대한 질문을 하셨는데.. 제가 생각해 본 바는 이것들입니다. 물론 사무총장이 한국인이라고 해서 유엔 산하 기구들에서 한국인들을 직접적으로 더 많이 뽑아주고.. 그러지는 않겠죠. 만약 그렇게 된다면 불공정 시비가 벌어질테니까요.. 하지만 그 의미는 무시할 수 없다고 봅니다. 한국인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 말이죠. 이제 한국도 국제사회의 다양한 현안들을 해결해 나가는 데에 한 몫을 할 수 있고, 또 해야만 하는 나라로 점점 인식이 되어갈 것입니다. 이미 경제력이나 다른 면에 있어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나라이니까요..
그렇다면 이전에 비해서 다양한 분야의 실력을 갖춘 한국인 전문가들이 국제사회에 진출할 수 있는 문은 더 넓어질것이라고 봅니다. 꼭 외무고시를 통해서가 아니더라도 자신이 관심있는 분야에서 공부하고, 경험을 쌓아서 국제사회의 훌륭한 외교관으로써 나아갈 수 있는 통로가 확~ 열리는 날들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