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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월드컵 조가 편성되었다 (2005.12.11)

FC설레발 2008. 2. 28. 00:44

아침에 일어나서 궁금한 마음에 컴퓨터를 켜고 확인해본 결과, 난 사실 어?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한국은 여태까지 월드컵에서 이러한 행운을 겪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조 추첨 할때마다 '제발 이 팀과 함께..' 라고 생각했던 국가와는 한번도 같은 조에 편성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ㅋㅋ게다가 2002년 개최국 잇점을 입고 1번 시드를 받았던 때에도.. 결코 만만한 팀과 만나진 못했다. 그도 그럴것이.. 1번 시드를 (당시에는) 죽었다 깨어나도 받을 수 없었던 한국과 일본이 1번시드 받고, 원래 1번시드를 받아야 할 팀들이 다른 시드로 빠졌기 때문에..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다만 일본은 1번시드의 잇점을 얻었었지만..(벨기에, 러시아, 튀니지와 같은 조) 결과적으로 우리의 16강이 더욱 큰 빛을 발하기도 했기 때문에 이제와서 뭐 운이 지지리도 없네.. 그렇게 말하고 싶진 않다..^^

이번에 벌써부터 낙관론을 펴는 축구팬이 너무 많다. 언론이 나서서 떠들고 있으니 분위기가 들뜰만도 하다. 우리가 같은조로 되었으면하고 바랐던 나라 중에 두 국가나(스위스, 토고)같은 조가 되었으니, 나도 사실 많이 들뜨긴 했다.그러나.. 우리 민족의 천성.. 너무 흥분해서 일을 그르는 우를 이번엔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실 지난 90년 이탈리아월드컵때도 조편성이 좋아서 16강 할 수 있다느니. 그랬던거 같다. 지금 기준에서 봐도 꽤 괜찮은 조편성이었다. 그 때 우리나라는 첫경기를 벨기에와, 두번째 경기를 스페인, 마지막 경기를 우루과이와 치루었다. 그런데 결과는 정말 참담했다. 3패를 한 것이다. 86년에 터졌었던 최순호 선수의 호쾌한 중거리슛도, 박창선 선수의 감동적인 첫 골과 같은 순간도 없었다. 그저 그 대회 최고 시속을 기록했던(114km/h) 황보관 선수의 30m 프리킥 슛만 하나 쏘고 사라졌을 뿐이었다.

 

98년 월드컵도 나름 괜찮았다고 생각했었다. 게다가 그 때의 아시아 예선은.. 정말 대단했었다. 일본과의 도쿄대첩, 우즈벡과의 5-1승리.. 지난 94년 월드컵 지역예선 당시, 일본에게 지는 등 너무나도 힘들게(도하의 기적)올라갔기에, 호쾌한 승리가 이어져서 일찌감치 진출을 확정지은 대회라 기대가 더 컸을 것이다.첫 게임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최초로 선제골을 넣을 때까지만 해도 그러한 느낌은 계속 이어졌다. 그런데 골을 넣은 하석주 선수가 하필이면 그 대회에서 처음 적용된 백태클 퇴장 룰을 어겨 바로 퇴장당하고, 그 이후 후반전에서 연달아 세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그리고 네덜란드.. 콧수염을 길렀던 히동구 아찌의 어퍼컷 세레머니는 그때 당시 우리에겐 정말 악몽이었다. 5-0 참패..(그 대회 최다 골차 패배였던 듯.) 벨기에와의 경기에서도 탈락은 확정됐지만 첫승만..첫승만.. 하다가 이임생 선수 머리가 터지는 우여곡절 끝에 노장 군단 벨기에와 1-1 간신히 비겼다.

 

2002년 월드컵은 반대로, 정말 운이 없는 조편성이었다. 개최국이라 1번시드를 받았지만 동유럽의 복병 폴란드, 신흥강호 미국, 그리고 원래 톱시드를 받았어야 할 포르투갈과 한조에 속했다.그러나 우리는 해냈다. 철저한 준비, 철저한 상대 분석, 그리고 히동구 형의 노련한 경기운영까지. 홈 어드벤테이지까지 등에 업고 우리는 4강까지 올라갔다.

 

이번에는 사상 처음으로 행운을 얻었다고 한다. 그러나 정말 들뜨지 말고, 냉철하게 월드컵을 준비했으면 좋겠다.게다가 이번엔 유럽에서 열리는 경기다. 프랑스와 스위스는 마치 홈에서 경기하는것처럼 경기를 할 것이다. 토고도 알수 없다. 카메룬이 90년, 나이지리아가 94년, 튀니지가 98년, 세네갈이 2002년 대회에서 돌풍을 일으켰듯이, 토고가 이번대회 아프리카 돌풍의 주역일지 누가 아는가. 게다가 첫경기의 부담까지 안고 뛰어야 한다. 프랑크푸르트에서 경기를 하는 것이 그나마 좀 다행인 듯 하다.코치진이 전부 대단한 사람들이고, 그리고 세대교체에 어느정도 성공을 하고 있는 우리나라라 조금은 안심이 되기도 한다. 젊은 선수들이 더이상 유럽팀에 주눅들어하지도 않고, 해외파도 그 어느때보다 많고. 그렇다면 이들은 유럽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란 거다. 예전에 유럽팀에게 줄줄이 패했던 큰 이유중의 하나가 바로 세계적인 선수들 앞에서 우리가 위축되었단 것 아닌가.2002년의 경험, 즉 월드컵 무대에서 이겨봤다는 경험도 무시못하는 경험일 것이다.선수들과 코치를 믿고, 축협도 절대적으로 밀어주고. 성공적인 월드컵을 치뤄서 다시한번 4년전의 기쁨을 맛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