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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김연아의 스파이럴(Spiral)

FC설레발 2008. 3. 3. 00:09

피겨의 맛을 알게 된 사람들의 거의 모든 공통점은 아마도 처음에는 화려하고 고난이도의 점프기술에 매료되다가, 점차 예술성이 돋보이는 기술로 눈이 간다는 점일 것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누가 3-3 콤비네이션 점프를 멋지게 하더라, 또는 여자 싱글 선수인데도 트리플 악셀 점프를 성공하더라, 또는 쿼드러플 살코 점프를 성공하더라 등등의 기사에 눈이 가고, 또한 점프를 집중해서 보게 된다.

각 점프의 종류를 눈으로 구별할 정도가 되면, 이제 그 선수의 예술성, 혹은 감동을 주는 미적 감각을 주시해서 보게 되는데, 피겨의 아름다움을 잘 나타내는 기술은 스핀과 스파이럴, 그리고 이나바우어가 아닌가 싶다. (스파이럴 기술 설명 : http://gall.dcinside.com/figureskating/31648 )

디시인사이드 피겨 갤러리에서 어떤 갤러는 미셸 콴이 미국인들에게 그렇게 사랑받은 이유는 비록 화려한 기술로 눈을 정신없게 하는 맛은 없지만, 적절한 시기에 관객의 감정을 울컥하게 만드는 멋진 예술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하던데, 콴의 경기장면을 보면 어느 정도 수긍이 가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콴이 어려운 점프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점프기술 또한 완벽에 가깝다. 그러나 콴의 경기에서 인상이 남는 것은, 자그마한 체구에서 뿜어져나오는 요염한 카리스마이다. 특히 그녀의 멋진 예술성에 매료된 관중들의 감정을 한꺼번에 터뜨려 버리는 대목은 스파이럴이 시작될 즈음이다.

 

 

콴이 요염한 카리스마를 경기 내내 마구마구 뿜어낸다면, 김연아는 여성미와 우아함을 마구마구 뿜어내는 스케이터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리플렉션의 우아함, 미스 사이공에서의 애절함, 박쥐에서의 발랄한 왈츠 스텝, 종달새에서의 갸녀린 우아함, 저스트 어 걸에서의 발랄하고 천진난만함... 그런데도 록산느의 탱고와 같은 프로그램에서는 요염하면서도 우아한 카리스마를 작렬해 주시는... 연아야 너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이냐?

지난 글에서는 연아의 이나바우어에 대해 극찬을 날린 바 있는데, 이번에는 스파이럴에 대해 이야기를 좀 해보자. 위에서도 밝혔듯, 콴의 스파이럴은 그녀의 요염한 카리스마에 매료되어 넋을 놓고 있던 관중의 감정을 한꺼번에 울컥 터뜨려버리는 매력이 있다고 했다. 김연아의 스파이럴은 그녀의 우아함과 여성적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넋을 빼놓고 있던 관객들의 감정을 역시 한꺼번에 울컥하고 터뜨려 버리는 위력이 있다. 스파이럴은 비교적 정적인 동작이며 선수의 표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기술이므로, 선수의 연기에 결정적으로 빠져버리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07년 3월 세계선수권에서의 종달새 프로그램은 모든 이의 가슴을 안타깝게 한 프로그램이었다. 허리부상으로 고생하던 김연아 선수가 체력저하까지 겪으며 프로그램 막판 힘들어하는 것이 눈에 보인데다, 넘어지고 점프 착지 미스 등 힘들게 힘들게 프로그램을 끌고가서 모든 이의 마음을 안타깝게 할 즈음, 곡의 절정 부분에 맞추어 스파이럴이 작렬해 주신다. 생글생글 웃으면서...

리플렉션에서도 역시 곡의 후반부 절정에서 꽤 긴 스파이럴 시퀀스가 이어진다. 리플렉션은 연아의 우아함을 정말 잘 표현해준 프로그램으로 사랑받고 있는데, 스파이럴 부분에서 그야말로 수면위를 날아다니는 요정이 되어버린다.

 

07-08년 프로그램 <미스 사이공>에서의 스파이럴 시퀀스에 들어있는 캐치풋 스파이럴은, 이제 원숙한 우아함을 보여주는 느낌이다. 손을 앞으로 뻗고 눈을 지긋이 감은 표정은 그야말로 여왕의 당당함과 우아함을 보여준다.

 

 

여성미를 아주 우아하게 보여주는 김연아선수의 스파이럴과 달리, 록산느의 탱고에서의 스파이럴에서는 이렇게 완벽한 요염함까지 보여준다. 정열적인 인상의 요염한 웃음까지 작렬해주시면서.


일본 언론은 김연아선수를 한국의 보물이라고 한다. 그야말로 유일무이한 보물이다. 김연아선수의 영향으로 한국 피겨에 많은 발전이 있었고, 또한 많은 발전이 있을 것이다. 더 이상 어떻게 발전해야 할지 할말을 잃게 만드는 김연아 선수이지만, 정말 피겨 역사에 길이 남는 대선수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