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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당선의 세계사적 의미

FC설레발 2008. 11. 5. 21:52

떠들썩했던 미국 대선이 끝나고 half-black 인 오바마가 압도적으로 당선됐다는 소식은 충분히 미국 뿐 아니라 세계를 흥분시킬만한 역사적 대 사건임에 분명하다.

 

'Barrack Hussein Obama' 이 이름에서부터 이 사람이 미국 대통령이라는 뉘앙스는 전혀 발견할 수 없다. 그의 이름에서부터 그는 미국 사회에서 철저히 비주류로 태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피부색이나 이름만 배제하고 보면 그는 질 높은 고등교육을 받았고, 또한 하버드 로스쿨을 나온 유능한 변호사였으며, 그의 어머니는 사회 운동가이며, 그를 길러준 외조모,외조부는 하와이에 사는 중산층 가족이었다. 비주류적인 인생은 아니었던 것이다. 오히려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하지만 미국의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철저하게 미국 사회의 주류 - 즉 앵글로 색슨 혈통과 개신교를 믿는 사람들 - 의 몫이었다. 거의 유일한 이단아가 카톨릭 신자였던 케네디였지만 그 역시 종교를 배제하고 보면 백인 주류사회의 엘리트 가문 출신이다. 버락 '후세인' 오바마가 미국의 대통령이 되었다는 그 자체가 미국 역사의 전환점인것이다. 미국이 자랑하는 아메리칸 드림의 완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바마는 흑인이지만 엄밀히 이야기하면 완전한 흑인이 아니다. 그러나 그의 겉으로 드러난 피부색은 흑색이고, 그의 아내 역시 흑인이다. 완전한 흑인이 아니어서 그 역사적 의미가 줄어들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의미가 더욱 커진다.

왜냐하면 그가 흑인과 백인의 혼혈이기 때문이다. 그의 혈통 자체가 미국 사회를 그대로 반영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흑인과 백인, 그리고 라티노와 아시안이 뒤섞여 사는 'melting pot' 인 미국사회의 상징적인 인물이 바로 오바마인 것이다. 흑과 백이 섞인 혈통의 대통령이 등장했다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면 미국 역사에서 끊임없이 지속되어 온 흑과 백의 갈등, 그리고 인종문제를 화합으로 종식시켰다는 의미도 지닌다.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설 향후 4년의 미국은 부시 행정부의 미국과 크게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다. 우선 외교정책 측면에서, 미국은 개입주의의 행보를 줄이고 국내적 안정에 힘쓰며 국제 협조주의적 모습을 보일 것이다. 부시 행정부는 기독교적 사명감을 바탕으로, 마치 미국이 악의 제국과 맞서 싸우는 정의의 사도인 양 행동했다면, 기독교적 영향을 적게 받은 오바마 행정부는 종교적 사명감을 버리고 좀 더 신중하고 현실주의적인 외교를 펼치게 될 것이다.

군사적 개입을 줄이고 외교적 협력을 추구하며, EU와 러시아, 그리고 중국 및 UN과 협조적인 바탕 위에서 리더십을 행사하게 될 것이고, 그러한 미국의 리더십은 세계로부터 이전보다 더 인정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미국의 일방주의적 리더십은 줄어들겠지만 오히려 미국의 영향력은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세계 금융 시스템의 '최종 대부자'인 미국이 국내적 경제위기 해결을 위해 대부자의 역할에 선뜻 나서지 않는다면 세계의 리더십들은 약간의 골머리를 앓아야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미국은 일방적인 희생자가 되기보다는 세계 경제 대국들의 협조를 얻어내는 데에 리더십을 발휘하려 할 것이고, 세계는 좀 더 협조적으로 될 가능성이 크다고 하겠다.

한국으로서는 오바마의 당선이 좋은 것 만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부시행정부의 대외정책이 미국의 노선과 이념에 같이 하는 국가는 '우리의 동반자'의 대접을 하는 성격의 것이었다면 오바마 행정부의 대외정책은 철저한 현실주의와 실리주의 노선을 밟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당장 FTA가 문제될 수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주한미군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 및 전시작전권 통제 문제가 한미간 힘겨운 협상 테이블 위에 올라올 수 있다.

그의 참모들 중에 지한파가 많다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이다. 또한 새로 부임한 스티븐슨 대사가 한국인들에게 호감을 줄 수 있는 사람인 것도 좋은 신호이다. 오바마 행정부와 한국 당국 간의 갈등이 예상되지만, 또한 오히려 좋은 한미간 협조체제가 성립할 것이 예상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바마 행정부가 한국인들에게 호감으로 다가오고, 또한 미국이 한국을 존중하는 태도로써 현안을 진지하게 논의한다면 오히려 한미동맹이 강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앞날이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으나, 분명한 것은 그의 당선은 분명 미국사적, 세계사적 진보라는 것이다. 미국이 세계의 리더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고, 우리는 현명한 리더를 원했다. 미국이 과거의 행적에서 벗어나 현명한 리더가 될 수 있다면, 오바마는 세계적 위인으로 세계인의 마음에 어필할 수 있을 것이다. 비주류적 혈통과 다양한 문화적 배경, 그리고 감성적, 이념적 태도보다는 현실적, 이성적 태도로 국가를 지도하려는 오바마는 분명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