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발이의 끄적이

국외여행/Tokyo, 2009.8

Tokyo, Japan. 2009. 8. 30 - 9. 5 #1

FC설레발 2009. 9. 6. 23:21

처음 가 보는 일본, 비록 두 번의 시험을 보러 간다는 대의명분이었으나, 어쨌든 새로운 나라를 가 본다는 것은 꽤 흥미진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시험이라는 중차대한 대업을 앞에 두고 있었기에, 애써 설레는 마음을 자제하려고 노력했고, 시험 결과도 그다지 만족스럽지는 않아 최대한 여행왔다는 기분이나 티는 내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또한 별로 기분도 좋지는 않았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사진이 별로 없다.

내가 도착한 날, 일본은 역사적인 총선거가 있었던 날이고, 호텔에서 본 텔레비전에서는 연신 일본 최초의(진정한 의미에서) 정권교체에 대한 개표방송을 꽤 흥분된 어조로 보도하고 있었다. 역사적인 날 일본에 와 있다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손에 잡히지도 않는 단어들을 보느라 꽤 힘들었다.

어쨌든 시험에 관한 이야기는 각설하고, 주로 저녁시간을 이용해 게이오대 유학중인 친구와 돌아다닌 잠깐의, 그러나 결코 짧거나 얄팍하지는 않았던 도꾜 여행 사진을 올려본다.

나리타공항에서 도쿄시내로 들어가기


도쿄는 서울과 같이 하늘관문이 두 개이다, 하네다 공항과 나리타 공항이 그것인데, 보통 하네다가 시내에서 가깝다고 한다. 그러나 나리타가 멀긴 해도 도리어 시내로 접근하는 교통편이 좋다는 미확인(!) 정보만 듣고 나리타로 입국을 했다. 결과는. 고난의 시작이었다. 게다가 내가 도착한 날은 태풍의 영향으로 비까지 추적추적 오는 날이었다..

외국인으로 나리타에서 도쿄 도심, 그리고 요코하마로 가장 빠르고 편하게 갈 수 있는 방법은 Suica & N'ex 라고 부르는 일종의 패키지를 사는 것이다. suica는 우리네 충전식 선불교통카드로 생각하면 되고, N'ex는 나리타 익스프레스(Narita Express)의 줄임말이다. 이 패키지를 사면 보통 3000엔이 넘어가는 나리타 익스프레스 열차표를 1500엔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살 수 있어서 추천해 줄 만 하다.

나리타 익스프레스 티켓

구입은 나리타공항역의 '미도리노 마도구치' 라고 불리는 JR 매표소(녹색간판이 붙어있음)에서 살 수 있으며 가격은 3000엔으로, 나리타 익스프레스 가격 1500엔 + Suica 기본 충전금액 1000엔 + 보증금 500엔으로 구성되어 있다. Suica는 쓰다가 전철, 지하철 역에서 자유롭게 충전할 수 있고, 보증금 500엔은 나중에 환불받을 수 있다. 단, 남은 금액 정산시 210엔을 공제하고 잔액+500엔을 돌려준다. 그러므로 210엔 이하의 잔액을 남겨놓고 환불하는 것이 현명하다. 참고로 나는 70엔 남겨놓고 환불을 했다.

나는 하루에 지하철을 많아야 3번 탔기 때문에 그럴 필요가 없었지만, 적어도 이동시 5번 이상 지하철을 타야 한다면, 710엔짜리 1일권이 있다. 이것을 사면 도쿄 도심 전 지하철 노선 및 JR 선을 마음대로 탈 수 있다고 하니,  Suica가 있더라도 이동이 많은 날은 1일권을 사서 타는 것이 유리하다 하겠다.

나리타 익스프레스 말고 도쿄 도심으로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은 우리네 수도권전철과 같은 JR을 이용하거나, 사철인 게이세이 전철을 타는 방법이 있다. JR이 국철이라 해도 게이세이보다 비쌀 수 있으니 잘 따져서 타는 것이 좋다. JR과 게이세이 전철 역시 일반선과 특급선이 있으며 시간 차이에 비례해 가격차이가 꽤 나니 잘 골라야 한다.

소요시간은, 나리타익스프레스<게이세이 스카이라이너<게이세이 일반전철<JR쾌속 인 것 같다. 가격은 게이세이 일반전철(1000)<JR쾌속(1280)<나리타 익스프레스(1500, Suica&N'ex 패키지 구입시)<게이세이 스카이라이너(1920)<나리타 익스프레스(3000엔 이상, 그냥 구입시) 이다.

그러나 JR쾌속(이래봤자 완행)은 도저히 사람이 타고 왔다갔다 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출국때 겪어버렸다....... 이놈의 복잡한 일본 전철!


도쿄에서 먹기

 
일본은 먹을 것 천국이다. 한국의 물가가 비싸진건지.. 그닥 체감 식비가 비싸진 않다.

시내 식당은 한 사람이 먹기에도 부담없는 구조로 되어 있으며, 가게 외부에 음식 모형(우리나라 식당에도 흔하게 있는 그것) 또는 그림이 포함된 메뉴판이 있으니, 일본어를 몰라도 주문에 크게 무리는 없다. 주문 방식은 메뉴판을 들고 지적을 하던지, 아니면 음식 그림이나 모형을 보고, 그 이름이 써 있는 티켓 자판기에서 티켓을 사서 자리에 앉아 종업원에게 건네주면 그만이다. 지극히 개인화 되어있고 인간관계가 파편화되어 있다고 하는 일본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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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첫날 저녁에 호텔에 들어와 근처 편의점에서 사 먹은 도시락. 친절하게 렌지로 데워준다.
두번째: 친구가 사는 동네의 "쯔께멘", 진한 생선 국물에 면을 말아 먹는다. 면을 다 먹고 국물에 밥을 말아먹기도 한다.
세번째: 요코하마 퀸즈스퀘어 몰에서 먹은 돈까스. 한국에서 먹는 것과 차이는 없으나.. 고기가 매우 부드럽다.
네번째: 돈까스에 딸려나온 밥맛이 아주 좋았다. 밥알 하나하나가 살아있었다고 해야 하나? 밥을 잘 지은 건지 쌀이 좋은건지..
다섯번째: 라멘, 설명이 필요없는. 국물이 좀 짰다. 누가 일본음식 싱겁대..
여섯번째: 내가 사랑한 500미리 코카콜라 캔.. 350미리와 가격차이가 없는 자판기도 있다! 참고로 일본은 자판기 천국이다. 이 역시 개인주의화가 심한 일본 사회의 모습일까?
일곱 여덟번째: 친구네 동네의 일종의 학교앞 밥집에서. 닭 살코기 튀김에 샐러드를 버무린 것과 쇠고기 볶음. 

도쿄에서 머무르기


일단 좋았던 것은 게이오 대학을 다니는 친구의 집에서 머무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로 인해 절감한 숙박료가 수십만원은 될 것이니, 마음놓고 오랜기간 체류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도착 다음날 아침에 시험이 있었기에 첫날은 시험장 근처의 비즈니스 호텔에서 머무르기로 하였다. 호텔패스(http://www.hotelpass.com)에서 예약을 하고 갔으며 그 외 여행사 사이트나 호텔 예약 전문 사이트에서 예약이 가능하다. 머무른 숙소는 <Kayabacho Pearl> 호텔로 펄호텔이라는 비즈니스 호텔 체인 중의 하나였던것 같다. 일본은 비즈니스 호텔이 활성화되어 도심 한복판 교통의 요지에 비교적 싼 가격으로 머물다 갈 수 있는 인프라가 잘 되어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가야바초 펄 호텔은 매우 찾기 쉬운 위치에 있다. 지하철 히비야센(도쿄역에서 오오테마치역으로 도보로 이동) 가야바초역에서 내려 지도에서 보듯 4b로 나와 쭉가서, 다리건넌 후 처음으로 나오는 큰 사거리에서 패밀리마트를 끼고 좌측으로 꺾으면 바로 나온다. GRE 시험장 역시 큰길따라 쭉 가면 1분내로 도착한다. 그러나.. 이 쉬운 길을.. 정작 시험을 앞두고 비맞으며 삽질을 하고 말았으니... 다음편에서 자세히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물론 '비교적 싼'이라고 했을때는 일본의 물가에 비해서 싸다는 뜻. 약 7000~9000엔 사이의 가격대가 형성되어있다. 환율탓도 있겠지만 대략 1박에 10만원은 예상해야 하니, 한국에서 온 여행자로선 그리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혼자 갔기 때문에 싱글룸에서 1박을 했는데, 마치 화장실 딸린 고시원 방을 연상하면 될 듯하다. 뭐, 잠만 자는거니까.. 그리고 있을건 다 있으니까, 지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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