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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4. 11. 우이령길 탐방 - 전쟁을 위한 도로가 자연탐방로로 변한 그 곳

FC설레발 2011. 4. 11. 17:34
다니는 직장이 창립 기념일을 맞아 깨알같은 휴일이 주어졌습니다.
무얼 할까 고민하다가, 평소에 가보고 싶었던 우이령길 탐방을 해 보기로 했죠.
직장 근처에 있으면서도 한번도 가보지 못했던 우이령길, 이번에 한번 제대로 가 보리라 마음을 먹었습니다.


우이령길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해보자면,
경기도 양주시 교현리와 서울시 강북구 우이동을 잇는 고갯길로, 예전에는 우마차가 다니는 소로였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전쟁이 나자 미군에 의해 군사작전도로로 만들어졌고, 경기 북부의 피난민들이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위성사진에서 본 우이령길



이렇듯 군사적 요충지로서의 의미가 있었기 때문에, 1968년 1.21 사태때 김신조 일당이 서울로 진입했던 도로도 바로 우이령길이었습니다.
쉽게 북한의 간첩이 서울 도심까지 진입할 수 있었다는 사실로 인해, 우이령길은 1969년부터 민간인의 출입이 전면금지되었습니다. 지금도 존재하는 군부대와 전경대가 그와같은 역사를 잘 보여주고 있죠.

민간인 출입이 근 40년간 통제되었기 때문에, 우이령길은 그만큼 자연상태가 잘 보존된 자연생태탐방로로서의 의미를 지니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자연생태 보존을 위해 하루 1000명(우이탐방센터 500명, 교현탐방센터 500명)으로 방문객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방문을 원한다면 인터넷으로 반드시 예약을 하고 방문해야 합니다.
(우이령길 예약 바로가기 ->
클릭)

자 그럼 이제 우이령길로 들어가봅니다..


우이령길의 시작은 조금은 시끌벅적한 우이동 먹거리골목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대학생때 엠티오던 바로 그 동네 맞습니다. 워낙 오래전이라 어땠는지 기억도 안나네요. 
시끌벅적 떠들고 논 기억밖에.. 주변이 어땠는진 전혀 기억이 안 납니다 ㅎㅎ

저는 이날 차를 가지고 간지라, 먹거리 골목 앞, 우이동 광장 공영주차장에 세워놨습니다. 
주차요금은 10분에 400원이고, 일일주차요금 만원입니다.
4시간을 초과해도 무조건 만원이니 오래 주차하실때 편리하겠습니다.
 
대중교통은 지하철 4호선 수유역에서 120번, 153번을 타고 종점까지 오시면 되겠습니다.


먹거리마을 입구에서 우이령길의 시작인 탐방지원센터까지는 1.5Km, 도보로 30-40분은 족히 잡아야 합니다.
우이령 입구까지 가는 것 자체가 만만하지 않습니다.

 

곳곳에 설치된 둘레길 안내판을 보고 쭉- 따라갑니다.


차량이 더 이상 들어올 수 없는 곳을 지나...


우이령탐방센터에 도달하였습니다.^^ 
이제 시작인데 벌써 땀이 송글송글 맺힙니다.
 


홈페이지에서 출력한 예약증과 신분증을 보여주면 통과입니다.
휴일은 예약이 꽉차는거 같은데, 평일은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따라서 평일에는 예약을 하지 않아도 선착순으로 입장을 허용하기도 한다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그래도 웬만하면 예약을 하는게 좋겠죠.
지도는 1000원, 거리표는 2000원에 팔고 있는데, 샀으면 좀 아까울 뻔 했습니다.
무료로 주는 작은 지도와 리플렛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럼 이제 우이령길로 접어듭니다.
 

우이령길은 등산로라기보다 산책로처럼 땅이 아주 잘 정비되어 있습니다.
등산 초보나 여자분들에게 아주 좋은 트레킹 코스입니다.



둘레길 표지만 보고 따라가면 되니 길 잃을 염려는 없습니다.
코스 내내 갈림길이 없어서 지도가 거의 필요없네요.
 

평일 아침이라 사람이 하나도 없습니다.
 

우이령 정상에는 이처럼 유사시를 대비해 만든 대전차장애물이 있습니다.
이 대전차장애물이 있는 곳이 우이령 정상입니다.
우이탐방센터에서 고작 30-40분이면 도착합니다.
경사도도 심하지 않아서 한번도 쉬지 않고 단숨에 올라왔습니다.
 


아직 봄을 맞지 않은 주변 풍경과 어우려져 뭔가 으스스한 느낌도 듭니다.



매복해 있다면 이렇게 보이겠죠. 
적의 탱크가 넘어오기 전에 설치한 폭탄을 터트려
시커먼 천으로 둘러싸인 콘크리트 덩어리들을 땅으로 굴러떨어뜨리면 임무완수입니다.
 
이제 반대편 입구인 교현리까지는 3Km 남았네요. 계속 내리막이라 금방 내려갑니다.
사실 우이령 정상 찍고 왔던길로 돌아가려 했으나, 생각보다 시시해서 그냥 무작정 교현리쪽으로 내려가기로 하고
다시 길을 따라 나섭니다.
 


미군 36공병단이 1965년에 우이령길을 개통하였다는 표지석이네요.
고생많았겠습니다. 그 덕에 이렇게 편하게 둘러볼 수 있게 되었네요.



이제 교현탐방센터까지는 계속 내리막입니다.
앞에 보이는 공터에 이르면 오봉을 굽어볼 수 있는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탁 트인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도봉산 오봉의 모습입니다.
봉우리 다섯개가 일렬로 늘어서 있다 하여 오봉입니다.
보기만 해도 시원합니다.

이제 오봉을 내려다보며 다시 하산길을 재촉합니다.
여전히 사람이 없습니다 ㅎㅎ
 

산길을 다 내려오면 갑자기 쌩뚱맞게 인공호수가 눈앞에 펼쳐집니다.
그 정체는 바로..
 

 

맞습니다. 유격훈련을 위해 만들어 놓은 인공호수입니다.
유격훈련하는데 호수가 왜 필요하지?


왜 필요하긴 왜 필요합니까. 
레펠하면서 입수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호수입니다.
유격훈련의 피로가 확 풀리는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겠습니다. ㅎㅎ
그러나 현실은..
 
 

끊임없는 PT체조와 수십킬로미터에 이르는 산악행군의 연속


여전히 군 시설이 들어서 있는 우이령길.
가만히 보니 바닥에 나 있는 타이어자국도 군트럭의 그것입니다.
훈련을 위한 병력 수송이 이루어진 듯 합니다.

 

이렇게 병사들을 태운 버스가 왔다갔다 하는 이 곳은 여전히 군사지역입니다.


그리고 하산길 내내 들렸던 실탄사격 소리.

우이령이 개방되며 자연탐방로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우이령은 전쟁을 위한 도로와 자연탐방을 위한 도로, 그 경계에 서 있는 듯 합니다.
우이령에서의 자연탐방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비록 전쟁을 위해 만들어진 도로이지만 이제 절반 가량은 평화를 위한 도로로 탈바꿈 하였습니다.
우이령이 100% 평화를 위한 도로가 되는 그 날은 언제일까요. 
 
 

유격장에서도 꽤 걸어나와야 교현탐방센터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유격장은 실질적인 고갯길의 종료지점입니다. 
거기서 교현탐방센터까지가 2Km입니다. 길이 넓고 평탄하여 별로 힘은 들지 않습니다.

 


이렇게 우이령 탐방을 마칩니다.
생각보다는 힘이 들지 않는 길입니다.
가벼운 옷차림에 안 미끄러운 운동화만 신어도 충분히 걸을 수 있는 길입니다.
실제로 교현방향에 거의 다다르자 동네 마실나온 차림의 아주머니들도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힘든 등산을 싫어하시는 분들께 강력 추천합니다.
좀 더 녹음이 우거지면 다시 와봐야겠습니다.  


이제 돌아가는게 문제입니다.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는 싫고..
교현에서 34번 버스를 타고 의정부로 들어가서 의정부에서 전철을 타고 다시 우이동 입구로 돌아왔습니다.
이렇게 자동차를 이용하면 도봉산을 빙 둘러 와야하는 길을 우이령을 타고 걸어도 넉넉잡아 두시간만에 올 수 있으니 요충지는 요충지입니다.

교현까지 올 생각은 없었는데, 무작정 교현으로 넘어왔지만 다시 잘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역시 길 끝에 뭐가 있는지 모르고 가는 것이 재미있습니다.